CFA / CFA 얼마나 공부하면 합격일까?

CFA 협회가 안내하는 평균 공부시간은 300시간입니다. 여기서 이름을 딴 미국 유명 CFA 정보 공유 블로그 '300 hours' 가 있을 정도로 CFA 수험자 사이에서는 유명한 숫자입니다.

그럼 협회가 말하는 300시간 (약 14일 정도)을 꼬박 공부하면 과연 시험에 붙을 수 있을까요? 


오늘 포스트는
1. 300 시간은 어디서 왔는지
2. 300시간 공부하면 합격하는지
3. 진짜 CFA 합격을 위한 공부시간
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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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0시간은 대체 어디서 온 숫자인지?

300시간은 아예 출처가 없는 숫자가 아닙니다. 무려 CFA 협회가 발표한 수험시간입니다. 

매년 6월 시험 전/후로 CFA 수험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데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2017년 6월 CFA 시험 응시자(candidates) 평균
CFA 평균 공부시간 = 320시간
레벨 1 공부시간 = 300 시간
레벨 2 공부시간 = 328 시간
레벨 3 공부시간 = 335 시간

Average amount of time preparing for the exam of June 2017 from CFAI

오잉 대충 300 시간 맞는데요? 레벨이 올라갈 수록 공부시간이 늘어나네요!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 정도만 보시면 안됩니다. 

영국 벤저민 디즈레일리 총리(1804-1881)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 를 명심해야 합니다. 항상 자료는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자료가 이상하지 않다면 전제를 잘 살펴야 합니다. 뭔가 이상한 점이 없으신가요?

저 공부시간은 시험에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자료를 정리한게 아니라.... 모든 응시생(candidates)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했습니다! 즉, 저 300시간에는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섞여 있었습니다!

2. 그럼 300시간 공부하면 통과할 수 있나요?

당연히 아니죠. 평균 300시간을 공부하면 대략 평균 48% 합격률 (레벨별로 다름) 정도에 들어가는 겁니다. 겨우 딱 300시간 맞추어 공부해서 20대-40대의 귀중한 1년과 수험료를 48%에 합격률에 배팅하실 껀가요? 그리고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A. 한국 합격률은 글로벌 합격률보다 더 낮습니다. 
정확한 자료는 없고... 아마 CFA협회 / 한국협회 / CFA학원 등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겠으나 단 한번도 공개 된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합격률이 글로벌 평균보다 낮다는 것은 거의 정설 입니다. 일반적인 예상은 -10% 이고, 보수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20%까지 예측 하십니다.

B. 글로벌 합격률에는 원어민 + 영어사용국가 + 유창한 영어실력 + 보통 영어실력이 섞여 있습니다.
한국어 사용자 입장에서는 영어로된 시험을 본다면 당연히 언어에 대한 패널티가 부과될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영어로 된 설문조사가 왔을 때... 영어가 유창하신 분과 덜 유창한 분들이 똑같은 비율로 응답했을까요? 어느 쪽이 응답률이 높을지는 자명합니다.

C. 과연 설문조사 응답자 중에서 미응시(no show)한 사람은 없을까?
해당 설문조사는 시험전 샘플 22,674명 + 시험후 샘플 26,908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합니다. 저번에 포스트 한것처럼 CFA의 평균 미응시율은 20% 입니다. 분명 샘플에는 이들도 들어갔을 겁니다. 백번 양보해서 시험전 샘플에만 들어갔다고 가정해도 대략 8% 정도 샘플 유입이 되었겠죠. 이들은 공부를 과연 많이 했다고 응답했을까요? 

더 결정적인 증거는 앞서 말씀드린 유명 CFA 블로그 '300 hours' 도 자체 리서치를 통해 300시간이 불충분 하다는 것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Rachel Bryant의 기고문에 따르면 "합격자가 불합격자보다 20시간 더 많이 공부하였다." 라고 하였습니다. 300시간은 합격하기에는 부족한 공부시간 입니다.



3. 한국 수험생을 위한 진짜 합격을 위한 공부시간

이 공부시간을 제안할까 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데이터가 대단히 적고, 무리한 가정을 사용하고, 아주 단순한 추정 방식을 사용하여서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피레네 산맥 지도로 알프스 산맥을 넘은 병사들의 이야기처럼... 아예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300시간을 제시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1930년 겨울, 군 정찰대가 스위스 알프스 산맥을 정찰하다 혹독한 눈보라를 만나 병사들은 길을 잃고 공포에 휩싸였다. 한 병사가 주머니에서 지도 한 장을 발견했고 대피소에서 그들은 지도를 가지고 탈출로를 연구하여 3일만에 베이스캠프로 복귀했다. 부대장은 살아돌아온 병사들을 격려하며 목숨을 살린 지도를 보았는데... 그 지도는 알프스 산맥의 지도가 아닌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Pyrenees) 산맥의 지도였다. 비록 엉뚱한 장소의 지도였지만, 병사들에게 희망과 목적을 주었던 것이다. 이 일화는 1937년 노벨 생리학 의학상 수상자인 센트죄르지 알베르트(Szent-Gyorgyi Albert)가 직접 격은 실화이다. 

일단 가정을 CFA 레벨 1, 레벨 2, 레벨 3 모두 동일한 난이도와 합격자 분포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변수는 오직 "공부시간" 그리고 예상 결과는 "합격률" 로 설정하여 한 그래프 안에 그리도록 하겠습니다.

X축: 2017년 공부시간 / Y축: 2017년 글로벌 합격률

데이터가... 딱 3개 점 밖에 없네요. 
Red Dot 1 = { 공부시간 300 : 합격률 43% }
Red Dot 2 = { 공부시간 328 : 합격률 47% }
Red Dot 3 = { 공부시간 335 : 합격률 54% }

하지만 해당 합격률을 글로벌 합격률이고, 한국 합격률을 일반적으로 -10% 보수적으로는 -20% 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예측(합격률 -10%)을 적용하도록 하죠, 그러면 데이터는 변경되고 아래와 같이 그려집니다.

Blue Dot 1 = { 공부시간 300 : 합격률 33% }
Blue Dot 2 = { 공부시간 328 : 합격률 37% }
Blue Dot 3 = { 공부시간 335 : 합격률 44% }

X축: 2017년 공부시간 / Y축: 2017년 한국 합격률 예상

여기에 Regression 기반 선형 추세선(trend line)을 그리도록 하죠. 겨우 점 3개로 추세선을 그리는 것이 가능할까.. 했는데, 생각보다는 점들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네요.

X축: 2017년 공부시간 /  Y축: 2017년 한국 합격률 예상 / 선형 추세선

공부시간과 예상 합격률 그래프가 그려졌습니다.
해당 추정에 따르면
공부시간 180 시간 이하 = 통과 가능성이 없음 0%
공부시간 340 시간 = 통과 가능성 50%
공부시간 440 시간 = 통과 가능성 75%
공부시간 520 시간 = 통과 가능성 100%
입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합니다. 아무리 CFA가 상대 평가와 절대 평가를 섞어서 공부하면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지만 공부시간 520시간 이상을 하면 통과 가능성이 100% 이다? 이렇게 함부로 말할 수 없겠지요.

X축: 2017년 공부시간 /  Y축: 2017년 한국 합격률 예상 / 로그 추세선

추세선을 로그 방식으로 바꿔 보았습니다. 공부시간 단위당 합격률 단위의 마진이 줄어들게 바꾼 것입니다. 감각적으로는 이 그래프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로그 추세선 추정에 따르면
공부시간 200 시간 이하 = 통과 가능성이 없음 0%
공부시간 350 시간 = 통과 가능성 50%
공부시간 470 시간 = 통과 가능성 75%
공부시간 600 시간 = 통과 가능성 98%
입니다.

주변에 CFA 공부를 한 분들에게 여쭤보면 주로 연간 450-500시간을 응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통과자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한번에 합격한분, 재수, 삼수 하신 분들까지 다양하게 있으니 그냥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애초에 공부시간이라는 것은 주관적 입니다. 회사에서 야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저녁을 거하게 먹은 다음에 오늘은 인강 3개 들어야지! 하면서 옆에는 네이버 켜놓고 뉴스랑 커뮤니티 글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도 공부시간 3시간으로 카운트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시중에 나오는 300시간 이야기는 조금 걸러들으시기를 바라는게 본 포스트에 목적이었습니다. 여기에 낚여서 시간과 수험료를 낭비하시면 안 되며, 본인의 CFA 수험 기간을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많이 공부하고 그리고 집중해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CFA 얼마나 공부하면 합격일까?에 대한 3줄 결론: 
1. 300시간은 합격자와 비합격자가 섞여 있는 숫자이다.
2. 300시간은 합격에 충분한 공부시간이 아니다.
3. 한국 수험생의 경우, 450-500시간 공부한다면 70%-80% 합격률로 조심스럽게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