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A / CFA vs. 공인중개사: 파트 1 - 공부
자격증 공부 비교에서 CFA vs. 공인중개사는 두 파트로 나눠서 다룰 예정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제가 둘 다 공부해 보았고 취득까지 해보았기에 다룰 내용이 많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가독성 측면에서 한 번은 내용을 끊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공부와 수익이라는 완전히 서로 다른 주제를 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CFA vs. 공인중개사: 파트 1 - 동기/공부에서는
1.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게 된 동기
2. 시험 요약
3. 시험 난이도 및 합격률
4. 공부 방법
5. 합격 후 주변 평가 (특히 회사에서의 평가 및 취직 시 평가)
6. 그래서 도전할까 말까?
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CFA vs. 공인중개사: 파트 2 - 수익/연봉에서는
1. 공인중개사 수익(연봉) 조사
2. 수익 추정 시뮬레이션
3. 자격증 간 수익 비교
를 통해 유용성을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Part 2 수익/연봉 포스트는 추가 조사 및 검토를 마치고 10월 23-27일 사이 업로드 예정입니다.]
Photo by Binyamin Mellish from Pexels
1.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게 된 동기
CFA 레벨 3까지 통과하신 분들은 모두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내 인생에 공부는 없다!" 라구요. 그리고 한 6개월쯤 놀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십니다. 그리고 대략 다음 해 2월-3월쯤 되면 뭔가 공부를 시작하고 계십니다(...)
빠르면 3년 안에, 평균 4-5년 동안, 길게는 6년 넘게 매년 상반기에 공부에 매진하고 6월에 시험 보던 사람들의 습관은 쉬이 변하지 않습니다. CFA 협회는 CFA 보유자들의 윤리와 금융전문성을 홍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분들의 습관적인 성실성(... 이런 표현이 적절할까요?)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런 습관적인 성실성이 발휘되어 제 주변의 CFA 선배님들 중 꽤 많은 분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무튼 공인중개사라는 시험에 도달하는 사고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a. 회사일에 집중해 볼까? 근데 회사일이 좀... 쉬워졌다?
CFA 공부기간 동안 동안 이미 최소 3년이 넘고 어느 정도 실력 있는 중견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업무도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승진은 되었거나 될 예정입니다. CFA가 있으니 맘먹으면 이직 시에도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b. 다시 취미를 시작해 볼까? 근데 내 취미가 뭐였지?
지난 3년간 내 취미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왠지 공부가 내 취미 같다는 멍청한 생각도 듭니다(...) 다른 취미가 있더라도 CFA 합격 후 한 3-4개월 불태우니 시들시들합니다. 그리고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이건 본인이 3년간 나이 들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c. 요즘 잘 놀았는데... 내 노후는 어쩌지? CFA로 커버가 될까?
나도 이제 은퇴 후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힘들게 딴 CFA는 은퇴 후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d. 다시 공부를 해볼까? 근데 너무 어려운 거 말고 가벼운 거!
그 어렵다는 CFA도 해냈는데... 공부머리에 대해서는 완전 자신만만합니다. 하지만 CPA 이상의 고시급 시험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나이도 있고 이만큼 커리어도 쌓아왔는데 다시 공부해서 새 출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금융 자격증 모으는 것은 싫습니다.
e. 왠지 금융 쪽 말고 다른 공부 해보고 싶다... 어 공인중개사?
공인중개사는 CFA 취득 후 방황하는 저에게 좋은 공부 동기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왜냐면 힘겹게 CFA를 따고 난 노력에 비해 CFA가 나에게 주는 혜택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공인중개사 자격은 이러한 부족한 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유혹이 있었습니다.
| CFA | 공인중개사 |
운영 주체 |
미국 어딘가에 있다는 |
대한민국 정부 |
법에 의한 독점적 영역 | 그딴 거 없음 | 있음 |
주변 인지도 | 금융 또는 재무 쪽에서만 알아봐 줌. | 전 국민이 알아봐 줌 |
공부 기간 | 최소 3년, 평균 4-5년 |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 |
개업 가능 | 개업을 하는데 CFA가 필요할까요? | 개업 가능 |
은퇴 후 대안 | 은퇴 후 CFA가 도움이 될까요? | 대안으로 각광 받음 |
공부 비용 |
연간 150-200만 원 |
연간 50만 원 수준 |
전문 분야 | 금융 | 부동산 (대체투자) |
당시 제 생각 |
일종의 품질보증 |
일종의 보험 |
위에 정리표가 좀 거칠게 표현되었는데... 아무튼 당시 제 생각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2. 공인중개사 시험 요약
공인중개사 시험은 CFA 시험보다는 과목의 범위가 좁습니다. 합격기준 자체는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다만 과락(=과목별 최소 점수 미달에 의한 불합격)이 있으며, 시험 유효기간이 있어서 심리적으로는 더 쫓기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CFA |
공인중개사 |
시험 일정 |
매년 6월 |
매년 10월 |
과목 |
윤리 |
부동산학 개론 |
합격 기준 |
절대평가 + 상대평가 |
절대 평가 |
과락 | 없음 | 매 과목 40점 이상 받아야 함 |
부분 통과 | 없음 |
1차 시험 합격은 |
기타 |
1차 통과 없이 2차 응시 불가 |
1차 + 2차 동시 시험 가능하나 |
3. 시험 난이도 및 합격률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 만만히 보고 도전하셨다가는 크게 혼쭐나실 겁니다.바로 그 증인이 여기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CFA 시험의 경우 합격률 45% / 미응시율 20%를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경우 합격률 25-30% / 미응시율 30%입니다.
즉, 도전 시 합격 확률 자체는 공인중개사 쪽이 떨어집니다.
Source: 한국산업인력공단 / Q-Net / 공인중개사 / 자격상세정보 / 기본정보 / 통계자료 2013-2017
"합격률이 떨어지는 것은 나이 드신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응시하셔서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과는 반대로 20대, 30대 응시 인원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대 간 증가비율에는 큰 차이는 없습니다.
Source: 동아일보 / 2018.10.01 / 취업난에 집값 뛰자… ‘레드오션’ 공인중개사 시험 몰리는 2030
공인중개사 시험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의 배경에는 아마도 2018년 9월 현재 자격증 보유자 총 40만6000명 / 실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인원 10만5121명 / 매년 합격자 2만명 배출 / 매년 1만8980개 새로 오픈 / 매년 1만3207개 폐업이라는 인력 공급 포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절대 평가인 공인중개사 시험이 인력 공급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문제를 끝없이 어렵게 내는 방법 밖에 없겠죠.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공인중개사 실무에서 필요한 업무 지식과 윤리 및 법령에 비한다면 정말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출제됩니다. 특히 제 경험상 부동산 공법은... 지금 내가 국토교통부나 건설회사에 취직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뭔 이딴 수준으로 문제를 내냐... 할 정도로 과도한 난이도로 출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국토부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성적순 상대평가로 진행할 것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약 5년 뒤인 2023년 즈음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험 문제 난이도는 정상화되겠지만, 오히려 합격 난이도는 많이 올라갈 것입니다. 공급 인력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인 상대평가이니... 진짜 공인중개사 고시가 될 수도 있겠네요.
추가로 1차 시험 통과후 차년도 까지 2차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경우, 1차 시험부터 다시 봐야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체감 난이도를 더 높이는 편 입니다.
4. 공부 방법
가장 흔한 공인중개사 합격의 왕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1차 시험
부동산학: 쉽고 재미있으며 점수를 여기서 많이 올려야 합니다. (목표 점수 80점)
민법: 어려운 과목으로 과락 방지를 목표로 합니다. (목표 점수는 40점)
이렇게 1차 시험 평균 60점 이상 득점하여 통과하는 것이 왕도입니다.
1차 공부 준비: 부동산학이 생각보다는 되게 재미있는 부분이라 여기부터 공부하시면 틀림없이 민법에 시간이 부족해서 탈락합니다. 무조건 민법 먼저 공부하셔야 합니다! 대학교 시절 민법 수업을 들으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하시겠지만... 아예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아주 집중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민법은 공부하기도 어렵고 점수도 잘 안 나오는 편입니다. 특히 과락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부동산학은 약간 경제학 시험에 느낌이 납니다. 만점을 목표로 준비하셔야 80점 이상이 나옵니다.
2차 시험
공인중개사법: 암기 과목인데 양이 많습니다. (목표 점수 80점)
부동산공법: 생각만 해도 욕이 나옵니다. (목표 점수는 60점)
부동산공시법령 & 세법: 암기과목이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목표 점수 60점)
2차 시험 평균 66점 이상 득점하여 통과가 왕도이긴 합니다. 근데 왜 1차는 60점으로 통과하면서 2차는 66점일까요? 가끔씩 부동산 공법 / 공시법령 / 세법은 미칠듯한 난이도로 출제됩니다. 좀 여유 있는 점수가 필요합니다.
다만 부동산공법은 소질이 있는데 세법이 영 아니신 분들은 목표 점수를 바꾸셔야 합니다.
2차 공부 준비:
공인중개사 법: 엔간한 것은 다 외우셔야 합니다. 케이스별 위반 시 징계/벌금부터 농지취득자격증명같은 부분도 다 아셔야 합니다. 미리 암기 노트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부동산공법: 두 번 생각했더니 욕이 두 번 나올뻔했네요. 국가 정책부터 건물의 부위별 명칭까지 다룹니다. 해당 용어에서 이름만 삐끗하면 모든 절차 / 대상 / 허가 / 조건 / 구역이 다 달라집니다. (ex.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그리고 출제진도 이런 것을 잘 알아서 여기서 난이도 조절을 많이 하십니다.
부동산공시법령 & 세법: 부동산공시법령은 꾸준히 해서 무리가 없게 해야 합니다. 이것도 암기과목의 일종입니다. 다만 세법은 전략적으로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재산세, 종부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은 많이 나오는 세금이고... 반면에 가끔씩만 출제되는 세금이 있습니다.
5. 합격 후 주변 평가 (특히 회사에서의 평가)
회사의 평가:
고생해서 딴 것에 비하면 회사의 평가는 매우 박한 편입니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습니다. 심지어 부동산 관련 업무에서도 약간의 가점을 줄 뿐입니다. 기업에서 다루는 부동산은 수익과 비용을 따지는 사업의 영역이고, 공인중개사가 다루는 중계 영역과는 다릅니다.
자격증 취득에 따른 성실성 측면에서도 회사는 그다지 높게 평가해주지 않습니다. "본인이 필요해서 딴 본인을 위한 자격증이다."이라는 측면에 매우 강했습니다.
동료 평가:
오히려 직장 동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물어보는 자격증입니다. CFA가 회사 후배나 학교 후배들이 자주 물어보는 자격증이기에 제가 밥 사주면서 알려줘야 했는데, 공인중개사는 직장 선배님들이 밥을 사주시면서 물어봐 주셔서... 나름 좋은 자격증 입니다.
6. 그래서 도전할까 말까?
2018년 10월 12일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국감에 나와서 자영업자에 대한 참고인 발언에서 "요식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신다. 최소 1년-2년의 준비를 하시고 도전하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수익/연봉 편에서도 다루겠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는 매년 1만개의 폐업 리스트에 본인의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도전하세요:
1. 나는 부동산 중개업을 언젠간 할 것이다.
2. 5년 뒤쯤에는 상대평가로 바뀔 수 있으니 미리 자격증을 받아 두겠다.
3. 공인중개사로 성공할만한 지역을 알고 풍부한 원천이 있다.
이런 분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1. 공인중개사 그까짓 거 1-2달이면 통과한다던데?
2. 10억짜리 한 건만 거래해도 수수료가 얼마인데... 먹고살겠는데?
3. 이것도 자격증이니까 회사에서 어느 정도 인정해주겠지?
인기 있는 자격증 자체는 맞습니다. 하지만 장단점이 명확한 자격증이며, 정말 직장인의 보험 성격에 가까운 자격증입니다. 하지만 진짜 보험과는 달리 과연 보험금을 타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향후 5년 뒤에 상대평가로 변경되게 된다면... 자격증 취득은 대단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도전/비도전을 빠르게 결정하셔야 할 시기입니다.
CFA vs. 공인중개사: 파트 1 - 공부편 3줄 요약:
1. 생각보다 난이도는 높다.
2. 할꺼면 상대평가가 되기전에 빨리 취득해야 한다.
3. 회사에서는 그다지 인정해 주지는 않았다.